정체(渟滯)는 막힘을 뜻하는 말이다.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귀성길의 도로나 사람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좁은 길에서 소통이 원활치 못할 때 정체는 일어난다. 정체는 산 아래 도시뿐만 아니라 산위에서도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와는 달리 산위에서의 정체현상은 불편의 정도를 넘어서 생명마저 위태롭게 한다. 산으로 사람이 몰려 정체를 이루는 일은 2000m 내외의 저산국인 한국의 산에서만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세계의 지붕이라 불리는 에베레스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정체를 빚는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사람이 몰린 가운데 기상이라도 급변할 경우 목숨을 잃는 경우는 해외 고산뿐만 아니라 저산에서도 일어난다.
↑ 사람 정체를 빚는 휴일의 북한산 백운대.
1971년 11월 한파가 몰아친 인수봉에서 하강 중의 정체가 7명의 목숨을 빼앗는 비극을 불렀고, 1996년 에베레스트에서 상업원정대 12명의 희생이 또한 그랬다. 미숙한 고객을 정상에 올리려는 그릇된 상업심리가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때의 비극은 등반에 참여한 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에서 생생하게 전한바있다.
금년에 일어난 에베레스트 사고 또한 정체현상으로 하산이 늦어져 비극을 불렀다. 사람들은 그토록 최고봉을 갈망하지만 '죽음의 지대(death zone)'에서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삶을 그렇게 마감하는 사람들도 있다.
휴일 북한산 백운대를 오르는 등산인의 행렬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위문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수백 명의 긴 행렬은 발 디딜 틈조차 없을 정도로 정체를 빚고 있다. 만약 이런 날 갑자기 뇌운이 몰려오고 낙뢰라도 친다면 그 결과는 상상만 해도 끔직하다. 이런 일은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니며 산의 높이가 해발 800m 전후의 저산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일도 아니다.
소위 지구의 꼭짓점이라 불리는 해발 8848m의 세계최고봉에서도 백운대를 오르는 등산행렬과 같은 정체를 볼 수 있어 놀라울 뿐이다. 사람들이 가장 높은 곳을 갈망하는 꿈은 시대가 변했어도 달라진 게 없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한번쯤 추구할 권리가 있다. 설사 그것이 목숨이라는 비싼 대가를 요구할지라도 그 꿈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다.
금년 5월의 에베레스트에는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파란 하늘아래 드러난 힐러리 스텝(Hillary Step·8760m). 정상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통로에는 수십 명의 사람들이 사탕 덩어리에 붙은 개미떼처럼 엉켜 붙은 채 정체를 빚고 있다. 이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에베레스트의 높은 꿈을 안고 정상으로 향하는 인간행렬이다.
힐러리 스텝을 오르내리던 이들은 서로가 밀치고 떠밀며 "제발 길에서 비켜주세요!"라고 외치고 있다. 올 봄에는 34개국에서 온 683명의 사람들이 등정을 시도했다. 5월 19일과 20일 이틀 동안에 남쪽 루트에서 4명, 북쪽에서 2명 모두 6명이 이 산에서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 또 죽음의 시즌이 도래한 것이다.
지구의 꼭짓점 8848m는 신에게도 버림받은 곳이다. 이틀 동안의 에베레스트 정상부위는 얼음처럼 차가운 강풍으로 기온이 영하 37도에 이르렀다.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는 사람들에게는 금과옥조와 같은 하나의 규칙이 있다. 늦어도 1시까지 정상에 오르지 못한 사람은 중도에 하산해야 한다. 저녁 무렵이면 종종 극심한 뇌우가 몰아치기 때문이다. 그 밖에도 8000m 위 이른바 산소가 턱없이 부족한 죽음의 지대의 희박한 공기 속에 오랜 시간동안 머무는 것은 생리학적인 한계를 벗어나 치명적인 장해가 일어나기도 한다.
↑ 5월19일 힐러리 스텝의 정체. “제발, 제발, 길을 비켜 주세요!”
상업대 영업장된 에베레스트, "용기와 돈만 있으면 된다"
지구의 최고점에 발을 디디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가져보는 꿈이다. 매년 봄 히말라야의 기상조건이 최적일 때면 전 세계의 등산가들은 에베레스트 등정을 시도한다. 그 가운데에는 전문산악인들도 있지만 본래 에베레스트에 올 자격이 안 되는 모험가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극단적인 경험을 즐겨 찾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계 최고봉을 영업장소로 상품화한 상업등반대의 꼬임에 넘어가 에베레스트에 온 사람들이다. 어느 정도 튼튼한 발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에베레스트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고산 등반 경험은 필수적이지 않다. 오직 필요한 것은 용기와 돈뿐이다. 셰르파들이 장비를 지어 나르고 루트를 개척하며 고소캠프를 설치해줄 뿐 아니라, 진주알을 꿴 목걸이처럼 고객들을 고정로프에 꿰어 정상으로 데리고 올라간다.
에베레스트는 이제 취미로 등산을 하거나 체험을 즐기려는 사람들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다. 등산로에서 많은 인파가 몰려 정체를 빚다가 하산이 늦어져 죽음을 맞기도 하는 것이 지금의 에베레스트다.
이십여 년 전만해도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등산의 대중화가 가져온 결과다. 에베레스트는 상업주의에 오염되었고 최고봉은 돈 많은 부자들에게 팔리고 있다. 등반능력이 없는 사람도 3만5천 달러를 주고 정상에 오르는 티켓을 구입할 수 있으며, 고객의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금의 에베레스트는 산악인의 산은 아니다. 이제 등반은 스포츠나 모험의 대상이 아니고 비즈니스가 됐다. 수입만이 관심사가 된 상업등반대의 영업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런 일은 위험이 따를수록 수입이 는다고 한다.
네팔에는 에베레스트 투어를 기획하는 100여 개의 상업등반 회사들이 있다고 한다. 그중 40개의 기업이 카트만두에 본부를 두고 있다. 유명 업체에서의 에베레스트 투어의 가격은 약 3만5천 달러에 육박하며, 이들 중 싼값으로 할인판매를 하는 업체들은 티베트 쪽에서 등반 루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 투어는 약 1만 달러에 달한다.
이런 회사들은 고객들의 등반능력이나 고산등반경험 따위는 아예 처음부터 전혀 고려하지 않지만 소수의 에이전트들은 6000m급 고봉을 경험한 고객만을 선별해 계약하는 회사도 더러는 있다.
고산경험을 가진 고객을 선별적으로 모집하는 회사들도 어려움이 있다. 네팔 최대 에이전트인 아시안 트레킹(Asian Trekking)의 대표 다와 스티븐은 "많은 고객들이 고산등반경험이 있다고 속이기 때문에 별 도리가 없으며, 결국 그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 5월10일 7600m에서 C4(8000m)로 향하는 등반가들의 행렬. 어느 정도 걸을 수 있다면 누구든 이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최근 독일 주간지 <슈피겔>에서 다룬 내용 중 탐세르쿠(Thamserku)라는 투어회사에 2만8천 달러의 투어를 예약하고 등반에 참여한 에이딘(Aydin Irmak·46세)이라는 미국인과 카트만두 최대 에이전트인 아시안 트레킹(Asian Trekking)과 계약을 한 독일인 의사 에버하르트 샤프(Eberhard Schaaf·61)의 예를 살펴보자.
5월 19일 에이딘은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길목에 함께 서있었다. 그는 앞사람의 아이젠만 빤히 쳐다볼 뿐 사람들에 막혀 두 발짝 이상을 꼼짝 할 수가 없었다. 한걸음을 떼고, 두 걸음을 디딘 후 걸음을 멈춘다. 그렇게 몇 시간이 걸린다. 아직 힘이 남아있는 사람들은 욕설을 퍼붓는다. "왜 안 움직이시오?" 누군가 외친다. 또 다른 누군가가 말한다. "그럼 비키던지, 이 후레자식아!" 욕설이 난무하고 고성이 오간다.
그는 이곳에 오기 전까지 등반능력이나 고산등산경험은 물론 한 번도 아이젠조차 신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다. 이날 그는 오후 3시라는 늦은 시간에 정상에 올라섰다. 그는 술에 취한 듯 멍청했고, 에베레스트의 악천후에 대해 아무런 사전지식도 모른 채 비틀거렸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아이젠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상업등반대의 셰르파들 도움으로 정상에 올랐다. 그는 이날 176명의 등반가들 가운데 맨 마지막으로 정상에 올랐다. 다른 등반가들은 이미 하산하는 길목에 있었다. 그는 정상 사진을 찍기 위해 오른손 장갑을 벗고 카메라를 조작하다가 장갑을 돌풍에 날려 잃어버린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중 한명이 그에게 다가와 큰 소리로 "빨리 내려가요"라고 외쳤다. 그는 그저 계속해 걸었다.
한편 샤프는 오전 6시에 8600m까지 오르며 사투를 벌인다. 그는 첫 번째 산소통의 산소를 모조리 마셔버렸다. 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정상을 향하는 길목에 있었으며, 7시 55분 샤프는 힐러리 스텝에 도착한다.
그곳은 등정의 최고난이도 구간으로 한 명씩만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샤프는 긴 행렬의 끝에 서있었다. 2시간 째 그는 영하 30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 그의 차례가 되어 줄에 들어섰을 때는 완전히 지치고 온몸이 꽁꽁 얼어붙어있는 상태였다. 정상을 불과 250m나 앞둔 힐러리 스텝에서 그는 두 번이나 길을 잃은 뒤 정상에 선다. 에이전트들은 30분을 초과해 정상에 머무르지 말 것을 권고했다.
그가 하산할 때 힐러리 스텝에서는 큰 혼잡이 일어나고 있었다. 올라가는 사람들이 내려가는 사람들을 가로막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소리친다. "제발, 제발요, 길을 비켜줘요!" 한 등반가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모든 사람들의 산소통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정상에 오르려는 일념으로 체력을 다 소모했고, 정체로 막혀버린 하산 길에서 체력은 바닥이 났고 장시간 체류로 고산증에 시달렸다.
영안실로 전락한 신령한 산
에이딘이 오후 3시 반 경 하산을 하고 있을 때, 다음 원정팀들은 정상아래 마지막 캠프(8000m)에서 등정준비를 하고 있었다. 등산 가이드 셰르파 펨바는 소속 에이전트로부터 이스라엘 청년 한 명을 배정받고 저녁에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정상에 오르려고 출발했다.
날씨는 춥고, 바람은 대략 시속 50km로 불어왔지만 등반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얼마 후 8400m지점에서 쓰러져있는 캐나다 여성 스리야 샤 클로피네(33세)를 발견하고 흔들어 깨웠으나 그 여성은 이미 죽어있었다. 밤 11시 45분에는 8500m지점서 바위에 기대어 웅크리고 있는 한 남자를 발견한다. 그는 배낭도 산소마스크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오른발에는 아이젠마저 벗겨진 상태였고 입술은 얼어붙어 말조차 제대로 못하는 상태로 두 눈을 감은 채 호흡만하고 있었다. 그는 정상에서 가장 늦게 하산한 미국인 에이딘이었다. 펨바가 그를 흔들어 깨우자 에이딘이 눈을 뜬다.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자신이 정상에서 여기까지 어떻게 내려왔는지 기억을 못했다. 펨바는 그의 고객과의 등정을 포기하고, 에이딘을 구조하여 함께 내려왔다. 펨바는 소속사로부터 6000달러를 받고 고객들을 안내하는 일을 한다. 고객이 정상에 올랐을 때는 추가로 2000달러를 더 받는다. 이날 펨바와 함께 정상에 오르던 이스라엘 청년 나다브(24세)는 이스라엘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정 기록에 도전했었다. 그는 후일 등정을 포기하고 미국인을 구조한 일로 이스라엘 명예훈장을 받는다.
그들은 하산 중에 캐나다 여성과 중국인 무역업자 한 엔리(55세)의 시체를 지나왔다. 또한 그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한국 등반가 원빈(44세. 충남고OB)의 추락지점을 지나 계속 하산하여 C2(6400m)에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한 시간은 5월 20일 오후 7시였다.
거기서 그들은 독일인 의사 에버하르트 샤프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그는 힐러리 스텝(8760m)아래서 하강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그는 최대 정체구간인 힐러리 스텝에서 2시간동안 체류한 것이 원인이 되어 시력을 잃고 뇌수종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독일 아헨에서 온 체육전문의로 숙련된 등반가다. 200km 넘는 장거리마라톤 코스를 완주했고,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해 콜라병과 통조림으로 가득 채워진 배낭을 메고 80m 높이의 500계단을 오르내리는 훈련을 해 왔다. 7대륙 최고봉 완등을 목표로 북미의 매킨리, 아프리카의 킬리만자로, 남미의 아콩카구아 등을 오른 야심찬 등반가였지만 세븐 서미트의 꿈을 에베레스트에서 접었다.
미국인 에이딘은 등정에 성공했고, 무엇보다 셰르파에게 발견되어 구사일생으로 무사히 하산한 것은 보기 드문 행운이었다. 그날 밤 펨바가 그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실종되었을 것이다. 펨바가 그의 목숨을 구한 것이다. 그는 살아서 돌아왔고 동상으로 오른 손가락 한마디를 절단했을 뿐이다. 그는 에베레스트에 올 때 정상에서 자전거를 타고 하산하려는 황당한 기록을 세우려고 이곳에 온 사람이다. 그는 카트만두에서 베이스캠프까지 자전거를 타고 320km를 달려 왔다. 하지만 결국 그의 계획은 베이스캠프에서 네팔 관리들에게 자전거를 몰수당해 무산되고 말았다.
금년에 발생한 대부분의 사고는 갑자기 몰아친 폭풍우나 낙석, 눈사태 등으로 사망한 것이 아니었다. 탈진과 정체가 원인이 된 느린 속도의 등반, 고산병의 무지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19일과 20일 주말에만 300명 이상의 산악인들이 정상으로 출발했다. 봄 시즌 신령한 산을 영안실로 만든 사람은 남쪽루트에서 4명, 북쪽루트에서 2명 등 모두 6명이다. 북쪽루트에서는 랄프 아놀드(41세)와 폴로 카르바요(43세)가 사망했고 197명이 정상에 섰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의 루카스 에베르레는 이틀 동안 이곳에 있던 많은 등반가들과 대담을 나누며 사진을 인용해 지상최고 높이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광경을 보도했다. 상업등반대의 일원으로 자전거를 들고 참가한 미국인 에이딘. 네팔의 등반가이드와 각국의 원정 대장, 이탈리아와 독일 출신의 알피니스트들을 대담 대상으로 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이제껏 산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했다. 사망자들이 목숨을 잃은 이유는 지구상 최고지점에서 성취의 순간을 맛보고자 했던 사람들끼리 정체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CNN은 "신령한 산이 어쩌다 영안실같이 됐는가?"라고 개탄했다.
죽음의 지대에서의 기압은 지상의 3분의1 정도다. 이는 사람에게 산소를 받아들이는 폐의 압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 때문에 호흡은 힘들어지고, 등반가들의 동작은 슬로우 모션 카메라를 보듯 느리게 움직인다. 무엇보다 그들의 심장은 큰 속도로 고동치며, 두뇌는 너무 적은 산소가 공급되기 때문에 어린아이 같은 지적 기능으로 되돌아간다. 사고력은 흐릿해지고, 자신의 주변을 제한적으로만 인지할 수 있다.
산소 부족으로 뇌세포가 파괴되고, 혈액은 끈적끈적해진다. 생명을 위협하는 고산병의 두 가지 특별한증상은 허파에 액체가 고이는 폐수종과 뇌에 뇌척수액이 축적되는 뇌수종이다. 뇌수종은 짧은 시간 동안에 뇌를 부어오르게 하며, 이로 인해 등반가들을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다. 죽음의 지대에서 고산병 증세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하산해야만 한다. 절대로 희박한 공기 속에 24시간 이상을 체류해서는 안 된다. 이 때문에 에베레스트 등정은 C4(최종캠프)에서부터 촌각의 지체 없이 경주하듯 서둘러야 한다.
5월 15일 새벽 3시. 300명의 사람들이 길을 나섰다. 사람들은 거대한 인간띠를 이루며 C2(6400m)에서 C3(7200m), 최종 캠프인 C4(8000m)로 올라간다. 7500m위 로체 측면에 있는 급경사 통로에서, 긴 행렬은 계속 정체를 이루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한다.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길 위에 서있다. 정체현상 때문에 행렬에서는 끊임없이 싸움이 일어난다.
베이스캠프에서 8000m에 이르는 C4까지 이어지는 행군은 3일이 걸린다. 보통의 경우 등반가들은 12시경에 C4에 미리 도착하여 몇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 뒤, 다음 날 오전에 정상을 밟을 수 있도록 당일 밤에 다시 출발한다. 이와 같은 계획은 이번 시즌에는 실행이 불가능했다. 정체로 인해 모두가 너무 늦게 C4에서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에베레스트는 너무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해발 5365m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320km 거리에 위치한 1평방 킬로미터 넓이의 평지다. 등반의 최적기인 봄 시즌이 되면 약 100여동의 텐트가 세워지고, 900명 정도가 거주한다. 이곳에는 등반에 필요한 모든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진료소, 식당, 휴대전화 신탑, AS350 기종의 헬리콥터 이착륙장이 있고, 헬리콥터는 등반기간 내내 조난자 운을 위해 상시대기 한다.
단지 기상관측소만 없다. 이는 혹한에 기상측기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독일의 서부도시 쾰른에서 기상학자들이 분석한 기상자료를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바람 적음' '전망 좋음' '강설량 없음' 등을 베이스캠프에 전해준다.
베이스캠프에 머무는 등반가 90%는 취미로 등산을 즐기는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색적인 기록을 목표로 하는 사람과 신기록경신의 야심을 품고 온 등산가들도 있다. 최연소등정을 기록한 13세의 네팔소녀, 등정에 성공한 최초의 시각장애자, 대이어 등정에 성공한 부자, 정상에서 최초의 결혼식, 정상에서 하룻밤의 숙박, 다리가 잘린 사람이 외발로 정상에 오른 기록, 정상에서 상의를 벗고 3분 버티기, 정상에서 스키활강 기록 등 이벤트성 등산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고령등반 기록을 노리는 73세의 일본여성 와타나베 다마에. 그녀도 5월 19일 오전에 정상등정에 성공했다. 그녀는 세계의 지붕 끝을 밟고 무사 귀환한 현존하는 최고령 여성이다. 그녀는 10년 전 자신이 세운 세계 최고령 여성등정기록을 경신했다. 남녀 통틀어 최고령 에베레스트 등정기록은 네팔 남성 바하두르 셰르찬이 2008년에 세운 76세다. 왼팔에 피켈이 장착된 의수를 끼고 등정을 노리는 영국육군의 전역병. 그는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전투 중에 팔을 잃어버렸지만 에베레스트에 도전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
스위스의 여성 등반가로 수년째 에베레스트연대기를 쓴 빌리 비어링(Billi Bierling)은 앞으로 에베레스트에서 이런 혼란과 사고는 중단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그 이유로 그는 "에베레스트는 너무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입산료를 챙기는 네팔정부의 상업주의가 잘못된 꿈을 팔다보니 사람들을 예사로 죽이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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