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SPECIAL KNOWHOW 잘 팔고 잘 사기위한 비법 전수
눈탱이 치는 법 앞에서 이주영 기자는 천사 같은 말만 골라서 했는데 실제로 피 같은 돈으로 산 자신의 바이크를 헐값이 넘기는 사람은 자본주의 경제의 개념이 없거나, 바이크에 대한 애정결핍이었거나 집안에 돈이 많거나 아닌가? 어차피 우리는 티끌모아 태산을 만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비지떡 떠넘기는 법, 인터넷을 통한 눈탱이 치는 법을 알려줄 테니 귀담아 듣고 실천하여 밝은 거래 문화를 만드는데 앞장서자
우선 인터넷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겠다. 예전 같으면 내 금쪽같은 바이크를 센터에서 파는 가격보다 몇 백 만원씩 떨어진 가격에 울며 겨자 먹기로 넘기거나, 동호회나 바이크에 혹해 있는 지인들 꼬시느라고 정신이 없을 터였다. 실제로도 난 군 입대 전에 CBR600F를 센터에 급하게 헐값에 넘겼었는데 그 바이크가 조금의 수리 후 200만원이 넘게 얹혀져 눈앞에서 팔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인터넷은 수입 중고차 판매로 흥하던 바이크 업계의 메카 퇴계로를 방학을 맞아 모두들 집으로 떠난 지방 대학의 자취촌으로 변모시켰고, 고객의 상식에서 생각하지 않는 판매자들을 웹의 공개 재판에 회부하여 명태 두들기듯 심판했다. 누구나 접근 가능한 이른바 ‘공유의 장’은 정보의 과점, 독점을 막음으로써 네트웍의 본질인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누구나 익명의 종군기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제보할 수 있으며, 자격조건을 논하기 전에 생각나는 대로 키보드만 두드리면 되니 이보다 쉽게 지껄일만한 곳이 어디 있는가? 결과적으로 구매와 판매의 갭도 꽤 줄어들었다. 이 자리를 빌어 각종 바이크 사이트 중고 장터 댓글란에 오만가지 태클로 중고 바이크 값의 거품을 쏙 빼준 ‘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님들아, 조낸 고마우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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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면 않되는 사진. 윌리나 잭나이프는 판매시 역효과 2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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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면 않되는 사진. 윌리나 잭나이프는 판매시 역효과 200% | |
사진이 반이다 바이크 매매사이트에 입금을 했는데 바이크를 안 보내 준다는 피해 사례가 꾸준한 걸 보면 실물을 보지 않고도 바이크를 덥석 사는 호구…, 아니 맘씨 좋은 구매자가 아직도 있다는 이야기겠다. 인터넷은 아무래도 구매자가 실물을 보기위해 사전 정보를 제공하는 곳이라는 개념이 크다. 바이크가 생긴다는 마음에 잔뜩 흥분해 있는 구매자에게 미끼를 던진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얼짱 각도의 바이크 사진과 북극에서 냉장고를 팔 정도의 글 솜씨가 필수다. 가장 먼저 바이크에게 주목을 끌 수 있게 만드는 것은 사진이다. 카울에 아무리 상처가 많고, 사고의 흔적이 선명하다 해도 포토샵에 대한 약간의 정보와 노하우만 있다면 그런 것 가리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다. 사진은 4~6장 정도가 적당한데, 사진을 많이 보여주는 것은 판매자의 친절함과 적극성을 나타내는 것으로써 그만큼 구매자를 구워삶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비슷한 조건이라면 인간성 좋은 사람의 바이크를 구입하는 게 인지상정이므로 가능하면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게 좋다. 사진은 잔상처가 안보이도록 포토샵으로 밝게 만든 다음 명암대비를 한껏 높여준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단순한 ‘뽀샵질’이 될 수 있음으로 그 정도를 잘 조절해야 한다. 각종 필터를 잘만 쓰면 그림 같은 사진을 만드는데 좋으므로 주변 미대생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다. 전체 사진과 함께 부분 디테일 사진은 가능하면 ‘아웃포커싱’ 시킨다. 아웃포커싱이란 한 부분에만 초점이 맞고 나머지 부분을 뿌옇게 만드는 촬영기법으로써 사물의 선명함을 극대화해준다. 게다가 상처가 있거나 감추고 싶은 부분을 뿌옇게 만들어 줌으로써 자연스레 노출시킬 수 있다. 그리고 포토샵에서 명암대비를 한껏 높여준 대부분의 사진들은 어두운 부분들이 하나로 뭉쳐 보이므로 더욱 그럴듯해 보인다.
입을 놀리면 돈이 보인다 사진으로 주목 끌기에 성공했다면 다음 네 가지를 기억하도록. 첫째, 바이크를 사는 사람입장에서 보면 옵션 부품과 튜닝 파츠만큼 매력적인 미끼가 없다. 비슷한 조건이면 옵션이 구매를 좌우한다. ‘600만원이 시세인 R1에 200만원짜리 풀 시스템 머플러가 달려있다→ 이걸 단돈 50만원만 추가하면 살 수 있다→ 당신은 봉 잡은 거다.’ 라는 식으로 유도하는 게 바이크 값을 최대한 많이 받고 파는 비결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그런 애프터 마켓이 바이크나 자동차 값을 좌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럴 때는 ‘조금 비싸게 사더라도 떼다 팔면 남는 장사.’ 라고 유도할 것. 새것이 200만원짜리인데 적어도 60만원 못 받겠냐고 말하는 거다. 순정 머플러는 잘하면 공짜로도 구할 수 있다고 덧붙이고. 이런 저런 옵션을 더해서 말만 잘하면 시세보다도 수 십 만원 높은 값으로 바이크를 팔 수 있다. 둘째, 자신의 바이크가 순정 상태 도색이 아니라면 사고가 나서 도색한 게 아니고 순수하게 좋아서 수 백 만원 들여 한 스페셜 컬러라고 뻥을 치자. 순정도색이 아니면 그걸 빌미삼아 가격을 깎으려는 좀생이들이 가득하니 조심할 것. 휠에도 도색이 되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오해받기 쉬우니 댓글 기능을 제한해 원천 봉쇄한다. 만약 컬러가 조잡해서 스페셜 컬러라고 우기기 힘들다면 작은 슬립인데 큰돈 들여 전체 도색했다고 얼버무리자. 세상에 전도 없는 중고 바이크가 어디 있나? 바퀴가 두 개니 넘어지는 게 당연한데. 상처를 가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나 스티커다.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는 센스를 발휘하라. “아저씨 이거 평생 탈 거에요?” 어차피 좀 타다가 팔 건데 기스 좀 있으면 어때? 셋째, 타이어나 배터리 등 소모품의 수명은 가능하면 언급을 피한다. 타이어는 좀 더 타다가 갈면 된다고 말하고, 배터리의 교환 시기나 서스펜션 오버홀의 여부는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다. 어차피 브레이크 패드 같은 경우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모른다. 소모품은 어차피 소모품일 뿐이니까 타면서 교환해야 하는 거고, 판매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단언하고 그대로 밀어붙이도록. 소모품 교환해서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 주려면 100만원은 쉽게 든다. 그냥 엔진 상태가 최고라는 것을 강조한다. 동호회에 가면 이 바이크가 다 잡는다고. 넷째, 구매자는 가능하면 밤에 만나길. 바빠서 만날 시간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늦은 시간에 만난다. 조명아래 바이크는 눈부실 것이고, 웅웅거리는 엔진 소리를 들으면 사러 나온 사람은 흥분지수 120%. 마음은 이미 바이크에 올라있는 상태일 꺼다. 밤에는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한다는 것도 좋은 점. 이 좋은 물건을 지금 아니면 다른 사람이 채 갈지도 모른다고 은연중에 암시하는 것도 구매자 마음 보채는데 아주 굿이다. 그리고 같은 라이더 입장에서 나도 그 마음 안다, 처음에 나도 그랬다 그렇게 환상을 심어주면 게임 종료. 우리나라같이 중고차 할부 프로그램이나 관련업체가 부족한 실정에서는 자신이 아는 만큼 팔고 사는 거다. 몰랐던 만큼 당하고, 아는 만큼 속이는 거다. 어떤가? 마지막에 웃는 놈이 이기는 거다. 그게 당신이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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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영,임수유 사진 윤정철 일러스트 최영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