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탱이 피하는 법
앞의 기사를 읽은 듯 천사와도 같은 판매자를 만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계략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이 세상, 아는 것이 곧 힘이다. 발품을 파는 만큼 좋은 바이크를 만날 확률은 높아진다
고장 났거나 싸구려 물건을 비싸게 샀을 때 속된말로 ‘눈탱이 맞았다’ 라고 한다. 이 말은 ‘뒤통수 맞았다’ 또는 ‘속아 샀다’ 라는 말의 변형으로, 생겨난 배경은 어쩔지 몰라도 의도는 잘 전달이 된다. 판매자의 거짓 정보로 구매자의 눈이 흐려져 쓸데없는 고가에 사고 말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가격에 선뜻 구매해 놓고도, 누군가가 특별히 싸게 샀거나 어디선가 더 싸게 파는 것을 뒤늦게 알고는 그런 식으로 느낄 수도 있다. 사전 정보가 부족했단 뜻이므로 이건 구매자의 책임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결국 모든 문제는 부족한 정보가 발단이며 부지런히 정보를 수집하는 노력을 한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구매자가 미리 사전 지식을 가지고 선택했다면 그런 일이 없을 것이고, 판매자가 매물에 대해 세세한 모든 정보를 제공했다면 구매자는 정확한 판단을 했을 것이다. 결국 ‘아는 것이 힘’이고 ‘정보는 생명’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그 정보에 대해서 책임지는 사람은 많지 않다. 무책임한 사람들이 휘갈겨 써놓은 글이라면 받아들이는 쪽에서 정신 바짝 차리고 판단해야 한다. 오히려 진실을 흐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으니 더욱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노하우(know how)’보다 앞서 ‘노웨어(know where)'이다.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확한 정보가 어디 있는지 찾아내는 것이다. 택한 기종을 주로 타는 카페나 바이크 전문 동호회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전문지의 시승기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에서 바이크라는 것이 정식의 운송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소수이기 때문에 인프라가 무척 낮은 수준이다. 정확한 용어 정보는 찾기 힘들고 그럴 듯한 엉터리 논리들이 진리인양 복제를 반복해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설령 속아서 구매했다고 하더라도 심하지만 않다면 교육비 낸 샘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하고 있는 이동수단이니 만큼 지나칠 정도로 신중을 기하는 편이 좋다.
자, 딱딱한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중고 바이크를 구매한 어떤 이의 이야기를 엿들어 보자. 힘겹게 모은 쌈짓돈을 가지고 자신의 경제력 범위 내에서 바이크를 고르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있다. 헌데 생각지도 못했던 드림 바이크가 자신의 범위 안으로 들어왔다. 헬멧과 안전장비는 조금 싼 걸 사거나 구매를 미루게 되면 손에 잡힐 듯하다. 가격이 낮다는 점에서 상태가 조금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차차 돈을 들여서 손 본다면 가능할 듯하다. 이때 드는 생각 ‘그래 지르고 보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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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매물이 존재하는 인터넷 상의 중고 거래 사이트 | |
실물을 접하면 마음이 들뜨게 마련
들뜬 마음에 급하게 판매자를 만나서 직접 바이크를 보게 되었다. 집이랑 좀 멀어서 힘들게 찾아 갔지만 늦은 밤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의 각도가 좀 이상하고 밤에 찍어 조금 흐린 사진이었기 때문에 예상은 했었지만 바이크의 상태는 조금 심한 편이다. 그럼 어떠냐고 스스로 납득하면서 드림 바이크와 함께 달릴 꿈에 부풀어 있다.
외관은 좀 그래도 꼬박꼬박 500km마다 오일을 갈아서 엔진 하나는 죽인다고 한다. 자기가 다니는 센터 형들도 모두 인정했다고 한다. 그렇구나! 센터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인정했으면 좋겠지? 엔진 소리 하나는 정말 좋군. 잡소리도 없고 깨끗하네. 회전수가 좀 높은 거 빼고는….
외장이야 슬슬 돈 모아서 고치면 될 것 같고. 그런데 이거 왜 이러지? 브레이크가 좀 둔하고 핸들도 좀 돌아간 것 같은데…. 라고 생각 하는데 판매자 왈 “제자리에서 넘어진 적은 있어도 큰 슬립은 없었어요”. 그래 그래, 바이크는 원래 넘어지는 거지, 나라고 안 넘어 질것도 아니고 핸들이야 바로 맞추면 되겠지. 이런저런 파츠가 장착되어 있어 물어 보았더니 자신도 살 때부터 달려 있던 건데 잘은 모르지만 좋은 거라고 한다. 그래서 가격은 못 깎아 주고 그 대신 헬멧을 하나 주겠다고 한다. 외제 헬멧까지 준다고 하니 정말 고마운 사람이구나! 은행에서 돈을 찾아서 주고 서류를 넘겨받았다.
판매자와 등록된 사람의 이름이 달라서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차대번호를 확인하니 정확했다. 집 열쇠처럼 생긴 하나 뿐인 키를 넘겨받았다. 맞지도 않는 헬멧을 쓰고 집에 도착했다. 이 바이크가 내 것이 되었다니 너무도 기쁜 마음에 어떻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날이 밝으면 친구들을 만나서 깜짝 놀래켜 줘야지! 후후후. 들뜬 마음을 추스르며 간신히 잠을 청한다.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밖으로 나가서 바이크를 살펴보았다. 역시 멋지군! 하면서 꼼꼼히 둘러보는데 어? 이게 뭐지? 주차 해놓은 곳의 바닥에 무엇인가가 흘러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휘발유와 엔진 오일이다. 뒤늦게 달려온 친구가 여기저기 훑어보더니 이런 걸 왜 샀냐고 다짜고짜 소리를 지른다.
사고 차라고 하는 친구의 말에 나는 화를 벌컥 내며 따지고 들었다. 하지만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을 놀래게 해주려고 몰래 샀던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가까운 바이크 센터에 가서 수리 견적을 의뢰하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동네 열쇠 집에서 키를 복사하려고 했더니 수입 바이크이기 때문에 순정 블랭크 키가 없으면 복사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쯤 되면 악몽과도 같다.
돈을 쥐고 있는 나에게 주도권이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이 이야기는 구매 시에 주의해야 할 내용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 조급한 마음에 쉽게 선택해 버린 것이 가장 큰 화근이었지만 무성의한 판매자를 곧이곧대로 믿어버린 잘못이 가장 크다. 이번에 안 사면 다시는 이 바이크를 못 만날 것만 같다는 생각도 문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냉철한 마음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매물은 꼭 밝은 낮에 확인을 해야 하며 눈이 흐려진 상태이므로 옆에서 객관적인 판단을 해줄 동행이 꼭 필요하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물건이라도 최소한 두 번은 만나서 상태를 확인하자. 가능하다면 직접 찾아가서 냉간시에 시동을 걸어보도록 한다. 같은 기종일 경우 가격이 저렴한 것을 찾게 되지만, 수입 바이크의 경우 타이어를 포함한 소모품 한 두 가지만 교환해도 수십만원이 훌쩍 넘어선다.
구매후의 정비에 필요한 소요비용을 산정하였지만 예상보다 상태가 좋지 않다면 자신의 예산을 뛰어넘어 버리게 된다. 추가 비용은 등록세와 보험 그리고 안전 장비 등이 있다. 이것 또한 만만치 않지만 바이크를 구매하면 거의 동시에 지출해야 한다. 이런 상황이 되면 무리해서 구매한 바이크를 자금사정에 의해 오히려 헐값에 다시 판매해야 하는 경우까지 생겨나며, 결국 바이크를 구매하거나 업그레이드 하려는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중요점검 부위
●튜닝 파츠를 장착했을 경우에는 매칭이 잘되어 있는지, 세팅을 실시했는지 알아보자. 사외파츠로 인해 보증 수리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으므로 순정품 보유 여부도 확인
●연식이 2년이 넘었다면 배터리의 경우 순정품이 장착되어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순정품이 아니라도 문제없지만 정확한 용량을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
●차대번호가 서류와 동일한지 확인하자. 차대번호는 바이크의 스티어링 둘레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계기반의 적산거리와 전기계통의 작동도 확인한다. 차량상태에 비해 적산거리가 유난히 적은 경우 고장으로 인한 교체 또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증거이다
●카울의 모서리와 머플러, 스텝, 사이드 미러, 윙커 등을 확인하여 전도유무를 확인하자. 스티커 등으로 가려진 경우에는 뒷면을 확인하거나 만져보자
●브레이크 패드의 잔량과 브레이크 디스크의 마모한계와 긁힘, 휨 등을 확인하자. 레버를 작동하여 에어가 차거나 상태가 나쁘면 일반적으로 물렁거리는 감촉이다
●엔진 오일의 오염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자. 색이 검다고 무조건 오래된 것은 아니지만 판매자와 대화하며 자세한 정보를 구한다
●일반인이 엔진의 소음으로 상태를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유별난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가 확인한다. 오일이나 냉각수의 누유도 확인하자
●타이어는 한 번 교체하려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부분이다. 트레드의 깊이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오래된 타이어는 경화되어 갈라짐이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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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직접 연락을 통하지 않으면 상세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다른 바이크들과 가격을 비교하기에 가장 좋은 일반적인 수단이다. 섣불리 접근하다가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보다 오히려 상태가 좋지 못한 물건을 고가에 구매하는 경우도 생긴다. 사고 싶은 기종이 생기면 정식딜러와 바이크 거리를 한 번쯤은 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역적인 영향으로 조금 저렴한 매물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장거리에 도전하면 좋은 바이크를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너무 먼 거리라면 교통비와 시간 등이 많이 소요되어 마음에 안 드는 경우에도 쉽사리 포기하기 힘든 맹점도 존재한다. 발품을 많이 팔듯이 온라인은 마우스 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중고차 구매에 관한 십계명
1. 기종과 연식에 따른 차이를 사전에 조사하자
2. 해박한 지식이 있는 전문가와 동행하자
3. 완벽하게 서류가 갖추어져 있는지 확인하자
4. 반드시 낮에 만나서 꼼꼼히 살펴보자
5. 사용자 매뉴얼과 보증서(보증 수리 시 필요)를 요구하자
6. 바이크의 문제점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요구하자
7. 시승을 통해 상태를 확인하자. 탠덤 라이딩도 해보자
8. 스페어 키의 유무를 확인하자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된 키는 더욱 비싸다)
9. 등록비용과 용품 등 추가비용이 지출될 것을 고려하자
10. 구매 후에도 판매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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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주영,임수유 사진 윤정철 일러스트 최영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