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자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책을 골라 읽었을 때와 꼭 읽어야 하는 내용을 교사가 정해 강제로 읽게 했을 경우, 어느 쪽의 교육 효과가 더 클까. 미국 뉴욕시가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딱딱한 내용을 억지로라도 읽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려운 책 억지로 읽혔더니… 성적 훨씬 좋았다' 중에서 (조선일보, 2012.3.14)
근육을 만드는 운동을 하려면 조금 무겁다고 느껴지는 수준의 중량으로 해야 한다고 하지요. 그래야 운동 과정에서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지고, 다시 회복되면서 근육이 커진다는 겁니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가벼운 무게의 도구로 근육운동을 하면 근육을 키우는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우리의 뇌도 비슷한가봅니다. 미국 뉴욕시의 조엘 클라인 교육감. 그가 2008년 10개 공립학교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1,2학년생 500명을 대상으로 '핵심지식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많은 미국 학생들이 어휘와 배경지식 부족이 쌓여가면서 학업을 포기한다고 판단해, 어린 학생들에게 사회,과학,예슬 등 논픽션을 집중적으로 읽고 토론시켰습니다.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차이는 무엇인가' 같은 쉽지 않은 내용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지식 공백이 나중에 학업부진으로 이어진다는 버지니아대 교육학과 허시 교수의 이론을 받아들인 겁니다. 쉬운 책만 골라 읽으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부족한 지식 점점 더 많아져 결국 학업을 포기하게 되니,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일단 어휘와 기초지식을 읽혀서 다음 단계 공부의 기초를 쌓아야 한다는 겁니다. 3년 뒤 이 학생들과 다른 학생들의 읽기 시험 점수를 비교했더니 교사가 정해준 어려운 책들을 소화해야 했던 학생들의 점수가 눈에 띄게 높았습니다. 이 교육법과 반대되는 것이 학생 자신이 원하는 책을 스스로 골라 읽으면서 공부에 흥미를 붙이는 것이 좋다는 '균형잡힌 독서' 교육법입니다.
어린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겠지요. 독서를 할 때 부담없고 편한 책만 읽기보다는, 절반 정도는 어렵고 딱딱해도 내게 도움이 될만한 책을 골라 '도전'해보면 좋겠습니다. 처음에는 힘이 들더라도 그래야 발전이 가능합니다. 힘들더라도 다소 무거운 바벨로 운동을 해야 커지는 근육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