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후 구조 까지의 경과
1. 약 2시 20분경 이호 앞바다 약 1.5 km 지점에서 자이빙을 시도하던중 넘어짐.
2. 즉시 베이스와 조인트 사이가 이탈된 것을 발견함
3. 보드와 리그세트 모두 입수자가 접근 가능한 거리에 있었으므로, 리그 세트와 보드를 양손으로 붙잡음
4. 이후 두 차례에 걸쳐 혼자서 베이스와 조인트 결합을 시도함
5. 마지막 시도중, 큰 파도에 보드를 잡고 있던 손을 놓치면서 보드가 약 10여 미터 가량 풍하로 떠내려 감
6. 보드를 쫓아 가기엔 너무 먼 거리라고 판단하고, 남아 있는 리그 세트를 붙잡음.
7. 주행하는 다른 서퍼에 의해 발견 되기를 기대하고 리그 세트를 의지한 채 그 자리에서 30여분을 기다림
당시, 흰색 두건 마스크 착용중이었으나, 구조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빨간색이 밖으로 나오도록 뒤집어 씀.
8. 시간이 갈 수록 발견될 가능성이 떨어지고, 조류 및 풍향이 side off shore 로 점점 육지에서 멀어지며, 체온이 하강하는 등
위험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 되어, 직접 탈출할 것을 계획함
9. 우선, 주변을 살펴보니, 풍하 방향에 해상으로 가장 돌출된 가문동이 보였으나, 현재의 위치에서 조류의 방향대로
그대로 흘러 가면 가문동을 벗어날 것으로 염려됨
10.따라서, 조류를 최대한 타고 풍하로 이동 하되, 파도가 잠깐 멈출 때마다 육지 방향으로 조금씩 헤엄 쳐서 이동하여
전체 적인 벡터를 최종 풍하점의 육지에 붙을 수 있도록 계획함
11.계획을 실행 하기에 앞서, 체력 소모를 줄이기 위해 리그 세트를 최대한 활용 하기로 결정함
12.당시 리그세트가 카본 100% 마스트, 세미 카본 붐, 4.5 가스트라 세일 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가벼워 잘만 쓰면 보드 못지 않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함
13.세일이 수면에 평행하게 놓여 있을 때에는 부력이 꽤 있으면서 조류에 의한 진행도 원활하게 됨.
그러나 문제는 파도.
얌전하게 정리한 세일을 파도가 한번 뒤집어 놓으면 다시 원 상태로 회복 시키는데 시간 및 체력 소모가 큼
그 과정에서 세일은 점점 가라앉게 됨.
수중에 잠겨 무거워진 세일은 조류 및 파도에 의한 이동을 저해하면서 오히려 방해물로 전락함
14.더이상 세일을 의지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세일을 버리고 계획대로 헤엄을 쳐서 약 10미터를 육지 방향으로 전진함
15.순간, 다리에 쥐가 나고 호흡이 가빠지면서 정신적 공포에 더 이상 진행 하지 못하고 다시 세일이 있던 원위치로 돌아옴
16.약 10 여분간 다시 기다리는 과정에 체온은 더욱 떨어짐
17.한번 더 세일을 버리고 수영을 하였으나 10여 미터도 지나지 않아 마찬가지로 근육이 경직되고 공포감이 밀려옴
18.당시,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충분히 혼자 힘으로 탈출이 가능하다고 보았으나, 30분 넘게 나를 지탱해 주던 세일을
손에서 놓는 다는 것이, 더 이상 내가 의지 할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위기감이 감정적으로는 도저히 받아들여 지지
않았던 것 같다고 생각됨
그 공포감 때문에 몸이 경직되고 과도하게 근육을 사용하여 두번 씩이나 같은 실패를 했다고 판단됨
19.리그 세트 전체를 가져 갈 수 없으니 마스트나 붐이라도 부력체로 이용해야 겠다고 다시 판단함
20.우선, 아웃 홀라인을 풀어 붐 해체에 성공함
다음으로, 마스트를 빼려고 하였으나 당시 익스텐션 시스템이 도저히 수중에서 다운 홀 라인을 풀 수 없는 구조여서
결국 포기함. 휴대용 칼을 내가 왜 소지하지 않았을 까 백번도 넘게 후회함
21.놀랍게도, 붐을 잡고 다시 출발 하면서 부터는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음. 붐 하나를 잡았을 뿐인데..
22.양손으로 붐을 부력체 삼아 잡고, 양 하지로 평영 킥을 가볍게 하면서 최대한 조류와 파도위에 올라 타려고 노력함
23.최대한 몸에 힘을 빼고 엎드려 있으면 하네스가 몸을 수면에 평행하게 뜰 수 있도록 해줌
이 때 숨을 참지 말고, 수중에 얼굴을 박은 채로, 입으로 서서히 공기를 내 뿜으면 비교적 쉽게 호흡을 할 수 있음
몸이 최대한 수면에 평행하게 떠 있어야 파도를 타고 신속히 육지를 향해 이동할 수 있음.
24.그러나 최대의 적은 저 체온증.
머리를 수면에 적시고 나면 온 몸에 전해져 오는 차가운 바다의 냉기가 정신력을 떨어 뜨림
특히 목 부위 밀착이 잘 안된 오래된 수트의 경우는, 몸이 진행하면서 수트 안으로 찬바닷물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옴.
25. 악순환-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고 수영을 무리하면 체력이 떨어지고, 파도에 편안하게 유영을 하면 체온이 떨어지고.
26.그렇게 버티면서 조금씩 조금씩 육지에 가까와 지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함
27.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은 희망을 놓치지 않는 것.
즉, 수시로 목표 방향을 주시하면서 내가 점점 가까와 지고 있구나. 이제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라고 자기 암시를 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가끔 하늘을 봐서 해가 많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 하는 것도 큰 위안이 됨
28.육지 까지 약 한시간 거리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해경 헬기가 나타남
처음에는 해안가에 붙어서 비행하고, 이후에는 바다 멀리 비행하여 도저히 나를 발견할 수 없었음
세번째에는 정면으로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 보임. 그대로 기다리고 있다가 내 바로 정면에 왔을 때 수면 위로 튀어 오르면서
손을 흔들어 구조 요청을 함. 헬기가 한번에 알아봄.
29.헬기 수상 공중 구조를 당해 본 사람으로서, 그 과정에 대해 참고로 진술하면,
구조 요원이 밧줄타고 내려와 탈진한 나를 알아서 끌어 올려 주기? 절대로 없음.
우선, 쇠사슬 달린 아이스 박스 크기의 철제 바구니가 헬기에서 내려옴
다음으로, 수면으로 바구니를 떨어 뜨린 후 서서히 조난자를 향해 접근함
이 때 까지 조난자는 강한 프로펠러 바람과, 파도와 싸우며 끈기 있게 바구니를 주시해야 함.
마침내 바구니가 가까이 오면 조난자는 한두번 헤엄을 쳐서 바구니를 잡고 그 안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함.
바구니에 몸이 실림과 동시에 헬기의 크레인이 쇠사슬을 감으면서 바구니를 끌어 올림
이 때, 몸의 중심을 잘 잡고 있어야 바구니 밖으로 떨어 지지 않음.
바구니 내부에 "떨어지지 않게 단단히 붙잡으시오" 라고 친절히 써있음.
바구니가 헬기 까지 올라 간 후, 열린 문을 통해 구조 요원이 바구니를 헬기 안으로 잡아 당김
문이 닫히고 병원 응급실로 이송 할 때 까지 조난자는 바구니 안에서 휴식을 취하면 됨.
나는 의식도 명료하고, 자가 호흡도 확인 되었기 때문에 구조 요원이 내민 서류에 주민 번호, 전화 번호, 이름 등
서류 작성을 직접 내 손으로 함. 바구니에 앉은 채로.
30.약 15분후 H병원 응급실로 이송되어 치료 받음.
이상입니다.
유사 사고 예방 및 사고 발생 시 적절한 대책을 위한 유의 사항 -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것들 -
1. 예방 차원
1) 시야를 벗어날 정도로 먼 바다로 나가지 말것
2) 자신의 장비에 대한 기본적 지식 확보, 특히 가장 심각한 상황이 발생 할 수 있는 조인트 부분 반드시 확인
3) 수상 안전 장비 확보 ; 해상용 GPS 단말기 고려, 방수 백에 휴대전화 소지,
4) 서핑 시작전 주변 지형을 숙지하고 조류 및 풍향을 고려하여 조난시 최적의 대피 방법을 미리 염두에 둘 것
5) 눈에 잘 띄는 복장을 선택 할 것 : 빨간 모자, 자켓, 세일 등
2. 대책 차원
1)저 체온증 문제 : 적절한 수트 선택, 라이프 자켓 필수 ; 이번 경험상, 물에 빠져 죽는 게 아니라 저체온증으로 죽는 겁니다.
2)응급 키트 상비 (휴대용 칼, 로프, 등)
3)보드, 리그 분리시 절대 재 결합 시도 금지 (100% 실패) 및 반드시 보드를 먼저 확보 할 것. (리그는 가라앉는다)
4)해상 조난의 가장 큰 적은 공포심. 자만도 위험하지만 공포는 즉각적인 사고로 이어짐.
차분한 마음과 이성적 판단,, 그리고 어느 정도의 자신감과 무엇보다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함
- 나에겐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나를 반드시 구하러 온다 -
5)조류와 파도를 절대 거슬러 가지 마라.
풍상의 가까운 육지를 향해 헤엄치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
아무리 멀어도 풍하의 비치를 목표로 삼고 꾸준히 흘러 갈 것. 힘을 빼고, 호흡 유지 하면서.
3.사고 발생시 효과적 구조 대응책 차원
1)구조반 4~5인 편성 풍하로 서핑하면서 직접 바다를 수색하기
2) 적절한 해경 신고 시점 선택
3) 해경 헬기 신고 여부 조건
4) 풍랑 주의보시 구조 대책 (일반 어선이 뜰 수 없는 경우)
5) 연락 체계 문제
오늘은 여기 까지 할게요.
아래 그림에서 보시 듯이 보드는 조류 타고 멀리 애월 항 까지 흘러 갔네요.
제가 만일 사고 지점에서 그대로 흘러 갔다면 가문동 코지를 넘어 갔겠죠. 가다가 저 체온으로 죽었을 테고.
조금 씩 헤엄 치면서 풍하의 돌출 부위에 걸릴 수 있도록 벡터를 잡은 겁니다.
다음은 사고의 직접 원인이 되었던 베이스, 조인트에 대해 기술 하겠습니다.
,
'요트,보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물에 빠진 사람 구할 팔자네- 익수자 발생 시 세일요트의 8자구조법(Figure 8 Rescue) (0) | 2013.06.07 |
---|---|
[스크랩] Re:이호앞바다 표류기 2(육상 상황) (0) | 2013.05.28 |
[스크랩] 2013-5-17이호 앞바다 표류기 (0) | 2013.05.28 |
[스크랩] 벼락과 히브-투에 대해 (김현곤님 답변) (0) | 2013.05.19 |
[스크랩] 히브 투(Heave To) (0) | 2013.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