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살상무기(WMD, Weapons of Mass Destruction)를 생각하면 흔히 핵무기를 떠올리게 된다. 핵폭발로 인한 고열과 후폭풍에 의한 파괴력과 방사능 낙진으로 인한 피해는 수십년 동안 지속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량살상무기 가운데 현재 가장 위협적인 것은 생화학무기이다. 핵무기의 경우 실제 전쟁에서 사용된 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 발을 제외하면 없다. 그것은 핵무기를 보여하고 있는 각 나라들이 핵무기의 무서움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탓이기도 하지만 보유 자체가 어렵고 사용상에 제약이 많다.
그러나 생물학무기의 경우 약 2천만원 정도의 돈이 있으면 공장설비를 만들어 생산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 위력 또한 핵무기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9.11 사태 이후 테러에 대해 가장 철저하게 대비하고 있는 미국에서 자체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국방부 소속의 요원들이 장비를 구입해 모의 탄저균을 생산해내는 데 1년여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그 시간 동안 경찰은 그들을 탐지해 내지 못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생물학무기에 의한 테러에 약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생물학 무기
앞서 얘기한 생물학무기는 전염성이 있는 균이나 독소를 사용하여 타인을 손상시키려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일체의 것을 말한다. 이런 생물학무기가 전쟁에서 사용된 예는 고대로부터 내려온다.
기원전 6세기경 아시리아가 적군의 우물에 호밀 맥각을 넣어 오염시켰다. 호밀 맥각이란 호밀에 기생하는 곰팡이로 사람이 먹게되면 팔다리 끝이 썩고 임산부는 유산을 시키는 무서운 것으로 악마의 발톱 등으로 불리었다. 또한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가 솔론은 주변의 도시국가 크리사를 공격하기 전에 상류에 설사를 유발하는 약초를 즙을 내 투여, 적을 무력화시키기도 하였다.
체계화되고 대규모로 사용된 최초의 예는 1346년 타타르족에 의한 흑해연안 크림반도에 위치한 카파시 공격에서 찾아볼 수 있다. 타타르족은 카파 시내로 페스트에 걸려 사망한 시체를 투석기로 쏘아 올렸다. 견고히 요새화 된 시를 페스트를 전염시켜 함락하기 위함이었다. 이때 카파 시에 있던 상인의 일부가 시칠리아 섬으로 이동해 유럽에 페스트를 전염시킨 걸로 보인다(흑사병으로도 불리는 페스트는 쥐가 주로 옮기는데 유럽 전역에 페스트가 퍼져 인구의 1/3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이 페스트균 등의 생물학무기로 26만명을 학살했다. 그들은 생물학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전쟁포로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는데 종전 후 미국 정부는 생체 실험 자료를 받는 조건으로 소속 과학자들을 사면해줬다.
현대의 생물학무기 중 실전 혹은 테러에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탄저균과 천연두이다.
탄저균이 치명적인 이유는 다른 병원체는 유포되기 전 숙주가 일정 기간 살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증상을 보고 막을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으나, 탄저균은 재빨리 숙주를 죽인 후 포자 형태로 전환돼 수십 년 간 잠복해 있을 수 있다. 탄저균은 흡입시 가장 치명적인데 이는 포자가 허파에 머물면서 발아하고 번식하는 동안 치명적인 독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2001년 가을 미국 내 우편물 테러에 사용된 것이 바로 이 탄저균의 포자이다.
미국 전역을 공포에 떨게한 탄저균 테러 편지
천연두는 역사적으로 볼 때 감염된 사람들 중 1/3의 치사유을 보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또한 살아남더라도 보기 흉한 피부요철을 남긴다. 우리 나라에서도 '두창, 마마, 시두'로 불리우며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천연두의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피부 접촉으로 인한 감염이 빠르다는 점이다(탄저균은 피부접촉 등으로 감염되는 경우는 없다). 또한 공식적으로 천연두는 1980년에 근절된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생물학무기로 천연두가 사용될 경우 백신을 재생산하는데 시간이 걸리게 되고 그 기간이 한달이 넘을 경우 감연된 사람의 30%는 죽는다고 할 수 있다.
그 밖에 익히 알려진 생물학무기로는 폐렴형/패혈형 페스트, 폐렴형/패혈형 야토병, Q열, 보툴리늄, 리신(1978년 불가리아 반체제인사 게오르기마르코가 런던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리신이 묻은 우산끝에 찔려 살해됨) 등이 있고 최근 이라크에서 개발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 낙타두창이 있다.
화학무기
유독성 화학물지제나 그것을 충전한 무기를 뜻하는 화학무기는 제 1차 세계대전부터 사용되었다. 1차대전 당시 독일이 염소가스로 공격하자 연합군도 같은 방법으로 대응, 종전 무렵 염소가스로 인한 부상자가 130만명, 사망자가 10만 명에 달했다.
염소가스는 소금을 전기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것인데 염소가스의 무서운 점은 물과 반응하여 염산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즉, 염소가스를 흡입하게 되면 피부조직 속의 수분이 염소와 반응 염산으로 바뀌어 피부조직을 손상시킨다(COCl2 + H2O => 2HCl + CO2).
1925년 제네바의정서에서 화학 및 생물학무기 사용을 금지하였으나 지금도 국지전에서는 사용되고 있다.
주요 화학무기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사린 : 무색.무취의 액체로 살충제 제조와 인명 살상용 신경가스로 사용된다.휘발성이 아주 강해 공기중에 빠르게 확산되고 공기보다 약 5배정도 무겁기 때문에 바닥으로 번진다. 액체의 경우 몸무게 70㎏인 사람이 0.7㎎이상을 마시면 1분이내에 사망, 기체의 경우 공기중 농도가 70㎎/㎥이상이면 즉사. 1995년 일본의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사린가스를 살포하여 12명이 사망하였다.
- 소만 : 일명 '루이사이트'로 알려진 발포성 독가스로 옛 소련이 상당량 제조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휘발성이 강해 공기중에 빠르게 확산되고 흡입으로 중독된다.
- VX 가스 : 피부와 폐를 통해 흡수되는 치명적인 신경가스로 갈색을 띠고 있으나 냄새는 없다. 지금까지 알려진 유독 화학물질 중 독성이 가장 강해 극소량만 흡입해도 목숨을 잃는다. 1961년 미국이 생산을 시작했으며 성분은 알려진 바 없다. 영화 '더 록'에서 험멜 장군이 탈취한 것이 바로 이 VX 가스이다.
- 타분 : 독일 화학자 게르하르트 슈라더가 1930년대 발명한 무색 또는 갈색의액체로 냄새는 없다. 다른 살충제처럼 신경가스로 전환이 쉽다.
- 시안화수소 : 무색의 독성이 강한 액체 또는 기체로 평균 기온에서 쓴 아몬드와 같은 냄새가 난다. 살충제로 주로 사용되며 중독시 호흡곤란 및 호흡마비로 급사할 수 있다.
- 이페리트가스 : 발포성 독가스로 1차 대전때 처음 사용됐으며 미국, 러시아, 독일, 이라크 등 많은 나라들이 생산했던 대표적 화학무기로 알려져 있다. 눈과 폐를 손상시키고 화상이나 발포 증세가 나타난다. 겨자나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해서 '겨자)가스'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1988년 이라크가 할라브자에 겨자가스를 비롯한 기타 화학무기를 투하, 쿠르드족 5000명을 학살했다.
핵무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미국은 당대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을 포섭, 1942년 세계 최초의 핵무기 제조를 위한 맨해튼 계획에 돌입한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핵폭탄은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하된다. 12만여 명이 사망했으며 아직도 방사능 낙진으로 인하여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핵무기는 핵폭탄과 '더러운 폭탄(dirty bombs)'이라 불리는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폭발물로 나뉠 수 있다.
핵폭탄의 효과는 대규모 폭발(충격파), 강한 열, 전자기 펄스, 폭발 현장 부근의 강력한 방사선 방출 등이 있으며 방사능 낙진이나 전리방사선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방사선이 야기하는 심각한 질병에 걸릴 수 있다.
구소련 정부는 카자흐스탄 둘론에서 100km 떨어진 곳에 수백 개의 원자 폭탄을 투하하는 실험을 감행했는데 그로 인해 둘론의 주민 150만명 중 80%가 면역 체계 악화, 암 발생, 기형아 출산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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