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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재 8> <장거리 보트 항해를 위한 핵심 사항들과 필수 품목들>

대구담 2012. 11. 10. 01:10

내용 수정, 보완해서 올립니다.

 

<장거리 보트 항해를 위한 핵심 사항들과 필수 물품들>

 

 

 

 

지난여름 육지에서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때 바닷가에선 그래도 바람이 상큼하게 불어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각 포트마다 주말이면 출항을 준비하는 레저선박들이 즐비했었죠.

 

지난 주말 마리나항에서 함께 출항을 했던 한 선장님 말씀이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즈음이면 아무래도 조황이 나빠져서 피싱을 즐기는 보트들은 그 짜릿한 손맛의 유혹으로 인해 평소보다 멀리까지 출항을 하는 편이라고 합니다. 그 선장님께서도 이즈음이면 맘먹고 장거리 항해를 다녀오곤 했답니다. 어느 해인가 마침 연휴까지 낀데다 날씨도 좋은 것 같아서 지인들과 함께 들뜬 마음으로 출항준비를 했었답니다. 먼 바다라고 할 수 있는 거리까지 항로를 정한 것은 좋았던 날씨뿐만 아니라 평소보다 훨씬 더 좋은 조황의 강렬한 유혹 탓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은 달라져 있었습니다. 먹구름이 끼면서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만일 전날의 조황이 그저 그렇기만 했어도 그냥 다수의 의견대로 회항을 했을지도 몰랐습니다. 항상 그랬으니까요. 헌데 얼마 만에 맛보는 조황이었던지 이 노련한 선장님의 마음조차도 그만 그 유혹에 송두리 채 붙잡히고야 말았습니다. 날씨가 더 나빠져서 비바람이 몰아칠 때까지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아이구야 싶어 회황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너무 멀리 와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선장님이었습니다.

 

바람까지 가세한 파고는 배를 삼킬 듯 높아져 있었습니다. 조류의 방향이 수시로 변하는 바람에 파도의 방향도 일정하지 않았고 키를 잡고 있는 선장님마저 당황스럽고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바람까지 합세를 할 때면 승선원 중에서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상황까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대목에서 오래전의 경험담을 들려주시는 선장님의 표정에서는 그 상황에서의 긴박함이 읽혀지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노련한 선장님이라서 천신만고 끝에 무사히 귀항은 할 수 있었지만 무모했던 지난날을 반성하시는 듯 후배인 저에게 각별하지만 평범한 조언을 주셨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없으셨나요? 보팅 경험이 많으신 선장님들께서는 이러한 위급한 상황을 많이 경험하셨으리라 생각되네요.

 

그런데 그 날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선장님의 항해능력도 능력이었지만 무엇보다 평소에 배를 잘 관리하고 정비하는 습관을 가지신 덕이었다는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날 선장님과 함께 항해를 마치고 뒤풀이 시간에 그러한 상황에서 - 장거리 항해 시에 결코 소홀이 해서는 안 되는 꼭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우선 선장님은 위급한 상황에서는 캡틴이 가장 침착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더군요. 키를 잡은 -그 배를 가장 잘 아는 - 선장의 태도는 승선원 모두에게 직접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장의 표정 하나하나에 따라서 위급한 상황일수록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다음은 그 날 선장님께서 주셨던 귀중한 조언을 나름대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1. 먼저 주의보가 내려진 험한 바다에서 보트가 추진력을 잃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가장 위험한 순간 중에 하나가 높은 파도와 바람 속에서 엔진이 작동되지 않을 때라고 하더군요. 큰 파도가 몰려오는데 당신의 배가 추진력을 잃는다면?

 

 

 

 

 

 

 

* 파도와 바람이 배의 옆면을 때리게 하지 말고, 앵커를 사용하여 배의 바우쪽으로 즉, 정면으로 맞게 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앵커는 잘못 사용했다가는 배의 복원력을 제지하는 역할을 해서 역으로 더욱 위험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씨앵커를 추천하더군요. 파도에 의해 배의 복원력을 잃지 않을 길이로 사용하여야 한답니다. 파도가 없는 날은 일반 앵커의 길이를 길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하면 배의 측면이 무지막지한 파도에 직접 강타 당하지 않도록 도와주며 바우쪽이 파도를 맞도록 해주어서 위험한 상황을 면하게 할 수 있다고 하네요.

 

 

 

 

2. 배터리가 점점 약해진다거나 겨우겨우 연명해감을 느낄 때는?

 

* 포터블 충전 점프 스타터 - 슈박스(Shoe Box, 신발상자 - 골때리지마 주) 보다 부피가 더 작은 이것이 당신과 가족의 안전한 귀항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배터리 모니터는 어느 정도 선 아래로 방전되면 알려줍니다.).

 

3. 프로펠러가 망가졌거나 샤프트(shaft , 軸 - 골때리지마 주) 주위에 뭔가 걸렸을 때는?

 

* 스페어 프로펠러 - 아주 중요한 필수품. 교체에 필요한 연장도 함께 챙겨두세요.

* 미니 압축공기통(잠수용), 마스크, 핀, 스노클 그리고 나이프 - 아주 큰 배에는 풀 탱크의 산소통을 비치하구요.

 

 

4. 큰일 났습니다. 배에 물이 찹니다. 물론 밖에서 물이 들어와서겠죠. 원인이 파도 때문이라면 노련한 운전기술이 더 많이 필요하겠고요. 만에 하나 헐에 문제가 있을 시는?

 

* 아주 긴 로프 - 구멍이 나거나 금이 간 곳을 중심으로 헐을 묶어, 물이 들어오는 것을 최소화 합니다.

* 고성능 수동 펌프 - 모든 배들이 꼭 지녀야할 필수품입니다.

 

 

 

 

5. 더 이상 못 견디겠네요. 빨리 구조를 요청하거나 배를 탈출해야겠습니다.

 

* 구명조끼 - 당연히 입고 출발하셨겠지만, 다시 한 번 더 점검하고 비상시를 대비합니다.

* 구명정 - 특히 먼 바다로 오랜 기간 항해를 할 예정이라면 자그마한 구명정은 필수로 준비해야 합니다. 문제는 두 가지 즉, 공간과 비용인데요, 싣고 다닐 공간만 있다면 투자하시는 게 현명한 일입니다.

* 휴대용 GPS(적재된 GPS 이외에)

* 휴대용 VHF

* 핸드폰 - 근해일 때 도움을 청하기에 가장 좋은 장비(이들 휴대용 전자장비들은 구명정을 탄다거나 위급상황 시 너무나도 값지게 쓰인답니다.)

 

 

 

 

6. 만일 이도저도 다 안 되고 꼼짝 없이 구조요청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끔직한 처지에 놓여있는데 통신장비조차 여의치 못하다면? 아, 멘붕!

 

* 비상식량 - 오랫동안 도움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우선 비상식량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식음수, 쌀, 라면, 휴대용 가스 장비, 코펠, 건포도 등의 말린 과일, 견과류 등등.

 

 

7. 언제든 쓸 수 있게 가까이 둬야 할 필수품 중 으뜸은?

 

* 여러 가지 길이와 굵기의 로프 - 쉽게 묶을 수 있게 끝에 고리를 지어둔 번지점프(가능할 정도 길이로 미리 여러 벌 준비한) 로프들은 큰 어선 크기의 배는 물론 작은 딩기 싸이즈의 보트에 이르기까지 유용하게 쓰입니다. 여러 가지 도크라인을 언제나 구비해 다니시고요. 특히, 토우가 필요할 경우엔 필수적이므로 토우라인(혹은 토라인, Towline, 견인용 로프 - 골때리지마 주)을 준비해 다니는 것도 잊지 마세요.

 

 

8. 이 밖에 선장님이 꼭 체크하셔야 할 품목들의 체크리스트?

 

* 스파크 플러그세트와 워터펌프 수리도구

* 여분의 호스와 호스를 연결하는 클램프(Clamp, 클램프는 그냥 크램프인데 굳이 번역하면 체결구, 조임 장치 정도 - 골때리지마 주) 그리고 벨트 - 어떤 배를 소유한 선장님들도 이것을 최상위 품목으로 두셔야 합니다.

* 각종 필터 - 유수 분리 필터, 연료필터, 오일필터

* 여분의 오일 - 유압오일 등

* 스페어 전구, 퓨즈, 펌프에 들어가는 임펠러(Impeller, 회전날개)

* 펌프 - 스페어 빌지 펌프, 후래쉬 워터 펌프(Fresh Water Pump, 차라리 번역 안 함)

* 여러 가지 테이프류 - 덕테이프, 절연 테이프, 벨크로(Velcro, 단추 대신에 쓰는 접착 테이프. 원래는 기업 벨크로의 등록상표명. - 골때리지마 주), 샌드페이퍼

* 가지가지 패스너(Fastner, 파스너, 세트 연결 기구. 철재 패스너가 많이 쓰인다. - 골때리지마 주), 렌치, 실톱, 자르는 도구들

* 여러 전선들

* 에어컨 호스 및 여분의 에어 필터

* 진공형태의 화장실에 필요한 펌프 밸브

 

누구나 자기 자신이 다룰 수 있고 설치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만 가지고 다니기 십상인데요. 위급 상황에서 천만 다행으로 유능한 기술자를 만나 필요한 물품을 교체하려는데 아뿔싸 정작 스페어가 없다면 그 좋은 기회를 날리게 되는 거겠죠. 필수 물품들을 잘 체크해 보시고 즐거운 항해를 방해받지 않는 철저한 준비를 하시기 바랍니다.

 

배의 크기가 28피트냐 아니면 58피트냐에 따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필수 품목들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는 얘기죠. 더 큰 배 안에는 훨씬 더 많은 장비들과 백업 시스템이 장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구요. 25피트에서 40피트사이의 크루징요트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생활공간과 적재공간을 어떻게 최대한 편리하게 공급해 줄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구석구석 다 사용하려 노력합니다. 그 숨겨진 공간 공간들에 우리가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가장 필수적인 물건들을 살펴 봄으로써 장거리 항해에도 대비해 보는 시간을 다시 가져보려 합니다. 필수 품목들을 잘 준비해 가지고 다니는 것이 행복한 항해를 가름하는 척도가 된다것은 경험 많은 선장님일수록 잘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일이 있어도 놀라지 않는 자세는 선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항해가 되시기를 빌며.....

 

감사합니다.

출처 : 윤태근 요트 항해학교/세계일주/한국연안뱃길연구소
글쓴이 : 골때리지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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